서평

곽정은-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난독증 김형 2020. 4. 15. 05:31

p.140 성을 구매하겠다는 남자들에 대하여

곽정은의 주장은 이렇다. 한국은 성과 성경험에 대한 남녀의 사회적 온도차가 다르고, 특히나 남성의 성에 대해 관대한 문화는 남성들의 성매매를 방조하고 있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성매매가 그렇게 불법적인 것인가? 그렇긴하다. 하지만 또 그렇게까지 범죄취급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직접적으로 인간의 신체와 관련되기 때문에 인권침해의 소지나, 범죄의 여지가 있고, 음성적이기 때문에 성노동자들이 취약한 상황에 노출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또한 거래의 일환이고, 평화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일상의 성풍속은 어떤가? 아니 여성들의 성생활은 어떤가?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의 이중성과 난잡한 여성들의 성생활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나.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 흔히 말하는 '오프' 난 처음에 그게 뭔말인가 싶었다. 오프라인 섹스. 만나서 하는 거다. 그런 오프를 즐기는 여성들과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그렇게 다른가? 룸싸롱에서 술 마시는 남성들만 난잡한 것이고, 여행을 가면 매일 새로운 남자를 끌어안는 여성의 성윤리는 정말로 다른가? 사고팔지만 않으면 된다는 건가? 돈 주고 사는 성은 잘못된 것이고, 자신의 몸을 품목으로한 물물교환의 섹스는 권장할 만한 것인가? 원나잇을 즐기는 수많은 여성들의 성은 대화와 상호존중과 자기발견을 위한 것인가? 여성들의 성을 너무 미화하지 말아라.  

사고팔지만 않으면 몇명의 파트너와 섹스를 하던 상관없다는 건가? 섹스를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배설의 통로로만 여기는 남성들의 행태가 성매매라는 건데.  흑인남성은 흑딜도, 백인남성은 백딜도, 남성을 '딜도' 정도로 취급하는 극단적 성인식을 가진 여자들은 어쩔 것인가?

아니 성관계는 없다는 지젝의 말처럼, 섹스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건 당위에 가깝다. 섹스는 서로를 도구로 하는 자위에 가깝다는 자괴감이 느껴지는 진단처럼 현실의 섹스는 사실 자기의 상상을 실현시키는 고립된 행위일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상호교환적인 섹스가 그리 흔하나? 당신의 섹스는 그리 이상적인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별로 그렇지도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섹스를 교감의 수단에 그치기를 원하는가이다. 언젠가 하룻밤을 보냈던 여자애가 이백만원을 받고 자기를 쫓아다니는 남자와 밤을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많은 여성들이 '섹스'를 자기가 가진 큰 무기와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것들을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시장에 팔지 않아도, 연인관계의 물물교환에서  거래의 품목으로 내걸고 있다. 안 그럴 거라고? 그건 당신 생각이고. 남성의 성과 여성의 성이 대칭적인 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남성의 성적 행태가 타락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여성들의 행태가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남성은 having의 방식이 좀 더 지배적이고, 여성은 being의 방식이 좀 더 지배적일뿐이다. 욕망의 대상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남성은 발전했고, 직접적으로 욕망의 대상이 되는쪽으로 우세하게 발달한 쪽이 여성일 뿐이다. 혹은 그런 문화가 좀더 우세할 뿐이다. 섹스로 원하는 것은 얻어내는 이들이 있고, 섹스를 위해 뭔가를 대가로 치르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왜 여성들은 성을 통해서 상호존중과 대화를 원한다고 생각하는가? 군더더기 없이 쾌락을 위해 상대에게 자신을 제공하는 friend with benefit 관계도 흔해졌다. 또한 여성이 소유물이 되고, 대상이 되는 이 세계에서 기꺼이 자신의 몸을 거래품목으로 내놓으며 이득을 보고, 이런 판이 지속되길 바라는 여성들이 있다. 성이 무기가 되서는 안 된다고? 성이 도구가 되서는 안 된다고? 나름 계몽주의적인 생각이긴하다. 난 성의 무기화와 성의 도구화를 막을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상호간에 공정한 거래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교환의 현장에서, 거래의 순간에 폭력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수정중)